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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단위 투자 시대” CIO가 느끼는 IT 솔루션의 수명 단축과 대응 방안

기술 변화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기업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더 빠른 속도로 교체하고 있다. 그러나 IT 자산을 교체하는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

Shrinking IT shelf life
Credit: Rob Schultz / Shutterstock

CIO들 사이에서 흔히 나오는 말이 있다. 혁신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 IT 책임자는 지출을 늘리고 있다.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IT 지출이 2024년 대비 7.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출만 놓고 보면 10.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시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많은 CIO가 신규 지출을 유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증가세는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CIO와 컨설턴트들은 이처럼 IT 지출이 늘어나는 큰 요인 중 하나로 기업 내에 도입된 IT 솔루션의 수명이 짧아지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글로벌 전략·경영 컨설팅 업체 커니(Kearney)의 디지털 및 애널리틱스 부문 파트너 크레이그 케인은 “기술 주기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으며, 일부 솔루션은 너무 빨리 진화해서 이제는 CIO 입장에서 1년 단위 투자 대상이 되고 있다. 예전처럼 3년 또는 5년 단위 투자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카우치베이스의 수석 부사장이자 CIO인 줄리 아이리시는 자사에서도 이런 IT 솔루션 교체 속도의 가속화를 직접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AI의 부상도 여기에 영향을 주고 있다. 아이리시는 특히 제품의 시장 출시를 지원하는 솔루션에서 빠른 교체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해당 분야 솔루션 업체가 AI 기능을 적극적으로 통합하려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비즈니스 책임자들이 최신 기술을 원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아이리시는 “AI 기능이 추가된 대체 솔루션이 훨씬 많아졌고, 비즈니스 책임자가 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금전적인 요소도 IT 솔루션의 교체 주기를 앞당기고 있다. 아이리시는 일부 솔루션 업체가 갱신 비용을 예고 없이 대폭 인상하면서 계획보다 빠르게 솔루션 업체를 변경한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아이리시는 “그런 요인이 변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과거에도 이런 일은 있었지만 최근 들어 빈도와 강도가 커졌다”고 덧붙였다.

또한 일부 솔루션 업체가 시장 혁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카우치베이스는 예상보다 빠르게 솔루션을 교체하는 일도 있다. 아이리시는 “끝까지 살아남는 솔루션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솔루션도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솔루션 교체가 빨라진 또 다른 배경에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SaaS 환경에서 애플리케이션 전환이 쉬워진 이유도 있다. 아이리시는 “새로운 솔루션을 도입하는 일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쉬워졌다”라며, “기술적으로 배포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마이그레이션이나 배포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라고 설명했다.

기존 앱을 버리고 새로 시작하기

많은 CIO가 비슷한 의견을 제시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CIO 채드 라이트는 “우리는 사용자 기대치가 매우 높은 시대에 살고 있다. 매일 새로운 기술이 떠오르며, CIO는 그 기술을 회사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묻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또 “기술 솔루션 업체는 더 나은 개발 도구와 개발 방법론을 통해 더욱 빠르게 움직일 수 있고, 그로 인해 고객 수요도 더 커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세레스 인바이러멘털 등 여러 조직에서 프랙셔널 CIO로 활동 중인 그렉 태펫도 IT 솔루션의 수명이 짧아졌다고 분석했다. 태펫은 “지금은 1~2년 만에 솔루션을 교체하는 경우도 있다. 기존 솔루션에 패치나 업그레이드를 적용하는 것보다 새로운 도구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일부 소프트웨어는 1~2년은커녕 몇 개월도 채 가지 못한다. 태펫은 특정 시점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작됐다가 이후 폐기되거나 완전히 교체되는 1회성 애플리케이션의 증가를 이런 현상의 대표 사례로 꼽았다.

기술 혁신 속도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시장, 규제의 변화 속도 또한 솔루션 교체를 가속화하고 있다. 태펫은 “이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다 보니, 기존 애플리케이션이 더 이상 비즈니스에 적합하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라며, “내가 관여하는 기업에서는 솔루션의 수명이 1년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고, 핵심 솔루션조차 2~3년이 최대치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여전히 긴 핵심 솔루션의 수명주기

물론, 모든 CIO가 그렇게 빠르게 소프트웨어를 교체하는 것은 아니다. 그렉 태펫, 줄리 아이리시 등은 자사에서 사용 중인 모든 소프트웨어와 솔루션의 수명이 짧아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많은 솔루션 업체가 비즈니스와 시장 수요에 맞춰 자사 애플리케이션에 새로운 기능을 지속적으로 추가하고 있으며, 이는 해당 솔루션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커니의 크레이그 케인은 핵심 솔루션은 지금도 5년 또는 10년 전과 비교해 교체 주기가 특별히 짧아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ERP 소프트웨어는 도입 후 오랜 기간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케인은 대기업일수록 새로운 ERP 시스템 도입에 막대한 비용과 노력, 복잡성이 수반되기 때문에 교체 결정은 절대 가볍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포춘 100대 기업의 ERP 시스템은 15년에서 20년까지 수명이 유지되는 사례도 많다고 덧붙였다.

IT 매니지먼트 & 리더십 인스티튜트(IT Management and Leadership Institute)의 전무 이사 에릭 블룸은 현재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솔루션 교체 중 상당수는 꼭 필요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블룸은 현재 기술 혁신 속도가 과거보다 빨라졌고, 특히 AI 중심의 혁신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기술이 성숙함에 따라 이런 혁신도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혁신의 속도가 반드시 솔루션 교체를 가속화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현재 기업에서 벌어지는 빠른 교체 현상은 상당 부분은 이른바 FOMO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은 “신기술과 혁신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불안감이 교체를 유도하고 있다. 솔루션 업체는 새로운 기능이 나왔다거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은 또한, 실질적인 비즈니스 요구가 아닌 다른 이유로 솔루션을 빠르게 교체할 경우, 기대한 이익이나 투자 대비 효과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구매자의 후회

이런 배경은 많은 기업이 소프트웨어 구매를 후회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프트웨어 리뷰 플랫폼 캡테라가 실시한 ‘2025년 기술 트렌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3,500개 기업 중 59%가 소프트웨어 구매를 후회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해당 투자로 인해 상당하거나 치명적인 재정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캡테라의 수석 애널리스트 올리비아 몽고메리는 “소프트웨어 시장에 새로운 솔루션이 쏟아지고 있고, 기존 솔루션 업체도 기능을 빠르게 업데이트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고객이 압도당할 수 있다”라며, “시장에 도구가 많아졌고, 마케팅도 훨씬 더 활발해지면서 솔루션 교체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몽고메리는 CIO와 기업 임원이 자사가 사용하는 솔루션이 시장 혁신에 뒤처지고 있다고 판단할 때, 기업 전체도 뒤처질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실제보다 과장된 마케팅에 현혹된 것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몽고메리는 경영진 교체 속도도 IT 솔루션의 짧아진 수명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CIO나 신규 임원이 이전 회사에서 사용하던 솔루션을 선호해, 기존 시스템을 대체하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역시 자주 구매자의 후회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 문제 해결이 우선

한편 캡테라의 조사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구매에서 가장 후회가 적은 기업은 비즈니스 목표를 정확히 이해하고, 기존 솔루션이 비즈니스 요구를 충족하는지를 평가하는 체계적인 절차를 갖춘 CIO가 있는 조직이었다. 태펫도 새로운 솔루션 도입 압박을 받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문제’에 집중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태펫은 “기술이 빠르게 변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나는 여전히 비즈니스 문제 해결을 먼저 생각하고, 그에 맞는 기술을 적용하는 데 집중한다”라며, “현재 사용하는 솔루션이 업무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면, 기술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자동 교체하지는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dl-ciokorea@foundryco.com

Mary K. Pratt

Mary K. Pratt is a freelance writer based in Massachusetts. She worked for nearly a decade as a staff reporter and editor at various newspapers and has covered a wide range of topics over the years. Her work has appeared on the Wall Street Journal, the Boston Globe, the Boston Business Journal, and the MIT Technology Review among other publications. Today Mary reports mostly on enterprise IT and cybersecurity strategy and management, with most of her work appearing in CIO, CSO, and TechTarget.

Mary won a 2025 AZBEE award for her government coverage on C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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